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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6 호 가족복지학과 학생입니다

  • 작성일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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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740
이다현

정기자 이다현 202110233@sangmyung.kr



아, 힘든 일하시네요.

  나는 가족복지학과다. 가족복지학과는 가족, 보육, 상담, 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다. 이중 나는 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졸업 후 사회복지관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 나로서는 여러 번 고민하고, 현장을 경험해 보며 겨우 내린 결론이다. 내 계획을 말했을 때 돌아오는 말은 대부분 이런 것들이다. ‘좋은 일 하시네요? 힘든 일 하시네요?’. 틀린 말은 아니다.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갑의 위치보다는 을의 위치에 있을 때가 많고, 상상 이상으로 많은 업무를 하는 직업이니 말이다. 하지만 신념을 가지고 정한 내 진로를 단순히 좋은 일, 힘든 일로 만들어버리면 기분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거나 흥미 있는 일을 누군가 한마디로 정의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말하는 이도 나쁜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칭찬이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숨기고 하하 웃으며,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어요!’하고 넘겨버린다. 아무리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내가 선택한 일이기는 해도, 옆에서 왜 힘든 일을 하냐는 소리를 듣다 보면 가끔 심란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내 진로가 잘못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경험이 나에게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즘 취업이 쉽지 않은 문과 계열 학생들도 비슷한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고, 교권 이슈가 뜨거운 요즘 사범대나 보육 계열 학생들도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계열 학생들이 아니라도 이과, 예체능 계열 등 학생들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내가 경험하거나 직접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과와 학문, 그 위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요.

  나의 경험과 동기가 가장 생생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시 자기소개서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대입 자기소개서와 1학년 때 썼던 자기소개서를 뒤적여보았다. 자기소개서에는 약간의 과장과 패기, 자신감이 섞인 엉성한 글이 있었다. 나는 인권에 관심이 있었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다. 당시를 생각해 보면, 차별에 대한 이슈를 뉴스로 마주하며 생긴 분노가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같은 인간인데, 누군가의 일상이 가시밭길인 그런 사회가 싫었던 것 같다. 사회복지사의 분노라고 한다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 사회복지사는 착한 사람이 할 것 같은 직업이니 말이다. 이처럼 사회복지사 지망생, 사회복지사의 동기나 가치관은 모두 다르다. 더불어 사회복지사는 단순히 봉사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약자를 위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전문성을 가지고서 약자에게 직접 접근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후원을 받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마다 다른 원동력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일을 한다. 다른 직업들과 다를 바 없이 말이다.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학문을 생각해보면 나는 보육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보육 교사라는 직업은 얕잡아 보일 때가 많다. 보육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무시와 폭언과 같은 이야기는 잊을만할 때가 되면 다시 뉴스에 등장한다. 최근 경기 북부 한 유치원에 찾아온 학부모 A씨는 “작품활동 시간에 왜 내 아이만 도움을 주지 않았느냐”며 교사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보육 교사 또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임에도 그 모든 것을 무시해 버린다. 보육은 다양한 범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비교적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의학은 서적을 읽는다고 의사는 아니고, 법전을 읽는다고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학과 관련 중 농담 하나를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것 하나. 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줄여서 문송합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사회는 비대면·디지털화되면서 IT 인력이 더욱 각광받기 시작했다. 국내 은행들은 최근 어플리케이션 구축, 데이터 관리 기술 등에 관심을 쏟으며 IT 인재만 채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2년 진행된 한국리서치의 '문과 학문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이과 계열 학문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문과 계열 학문은 인간 내면의 성장에 도움이 되나 경제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시대가 변화하며, 생산성이 강조된다. 생산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와중에 인간을 다루는 학문은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중요도가 떨어지자, 전문성에 대한 인식 하락이 뒤따르고,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하지만 무슨 직업이든 남에 의해 딱 한 마디로 정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문을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수 없고, 결과물의 양을 같은 단위로 둘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전문성에 대한 것도 그러하다. 그 계열과 모양새가 다를 뿐이지, 전문성은 어느 학문에나 분명히 존재하며, 급을 나눌 수도 없다.


그냥 앞으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말이, “문과가 최고다. 세상에는 결국 인문학과 문학, 사회학만이 승리할 것이며, 이과는 멸망할 것이다!”같은 말을 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내가 경험해 왔던 계열은 주로 문과였고, 주변인들도 인문사회 계열 사람이 다수이다 보니 문과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문과 이외의 학생들도 분명한 고충이 있고, 전문성을 무시받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각 학과, 학문만의 전문성이 있고, 그 안에 학생들은 그 이상의 동기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생산성'에 몰두한 나머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양극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편을 가르고 등급을 나누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인간이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혹은 두루뭉술한 신념과 가치로서 어떤 행동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일이 지루하더라도 구석에 있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라든지. 이 글이 숨어있는 가치를 되찾거나, 더욱 빛나게 하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더 이상 힘든 일 하시네요? 같은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 진로가 변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그동안 배워온 것은 분명히 좋은 경험일 테니까. 지금은 그저 내 전공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당신이 무슨 전공이든지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게 되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자료]

임주형 . (2021.6.17.) "문송합니다"…좁아지는 문과생 취업문, '문사철'은 오늘도 '한숨' .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21061615070135803

장혁재, 서정인, 박정민 . (2023.5.16.) . “문송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 홍대신문 . 

http://hiupress.hongi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360

오민주 . (2023.11.20.) . 무릎 꿇리고, 툭하면 악성 민원... 피멍 드는 '보육 교권' . 경기일보 .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31119580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