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호 우리가 포기하는 것들에 대하여
정기자 송지민202110353@sangmyung.kr
저는 작년 겨울쯤부터 '포기'라는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포기란 무엇일까, 내가 포기한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포기하면서 살아갈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글로 남기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만 대다 반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더라고요. 그리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지난 반년 동안 제 머릿속에만 머물러있던 생각들을 글로 적어보려 합니다.
< N포세대 >
: 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하는 말.
여러분은 혹시 '3포세대'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3포세대란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용의 지출 등의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는 2011년 경향신문의 특별취재팀의 기획시리즈인 <복지국가를 말한다>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로, 각종 미디어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고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용어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엔 이에 더해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는데요. 예전에는 당연하게 해왔던 것들이 여러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7포세대가 왔다 하니 정말 마음 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위 N포세대에 해당하는 것 중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은 저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고려하기엔 저 스스로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어떤가요? 여러분은 어떤 것들을 포기했고, 포기하는 중인가요? 아마 연령대별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으니 비슷한 것들을 포기하겠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연령대별로 포기한 것들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아래의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무엇을 포기했는지 읽어보며 공감도 하고 스스로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뷰에 앞서 제가 어떤 질문을 드렸는지부터 소개하고 갈게요. 아래 질문들은 '포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순수하게 타인의 '포기'가 궁금해서 떠올린 것들이에요. 여러분도 먼저 아래 질문을 읽고 '나'는 어떠한지 생각해 본 다음, 인터뷰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당신은 살면서 무엇을, 왜 포기하셨나요?
2. 그때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답변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3. 그것들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얻은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10년생 >
#1. 저는 전학을 오게 되면서 원래 학교에 있던 친구들과의 관계를 포기했다고 할 수 있지요?! 전학을 가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2. 네, 당연히 돌아가고 싶어요. 예전에 친했던 친구들과 다시 한번 놀고 싶고, 요즘도 '그때 안 떠났다면?'이라는 생각을 가끔씩 하기 때문입니당!
#3. 제가 얻은 것은... 더 좋은 교육 환경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를 옮기면서 사교성이 발달한 것 같습니당!
< 00년생 >
#1. 어렸을 때부터 사범대학교를 가고 싶었는데, 내신이 걱정되어 원래 가고 싶었던 외고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물론 원하던 사범대에 입학했지만, 원래의 바람대로 외고에 진학했다면 제 인생이 학업적으로, 인간 관계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을까 가끔 생각해 보기는 합니다.
#2.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외고에 진학해서 남녀공학의 산뜻함?도 느껴보고, 영어를 좀 더 집중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또한, 기숙사에 살면서 친구들과 남다른 추억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고등학교를 갔다면 어떤 대학에 진학했을지도 궁금합니다.
#3. 일단, 저와 유머코드도 성격도 정말 잘 맞는 소중한 친구를 한 명 만났습니다. 이 친구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을지 가늠이 되질 않고, 스무 살 때부터 제 인생에 없던 적이 없었을 만큼 제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를 만난 것이 스무 살 때 받은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전역 후에 만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바빠서 못 보는 날도 있지만, 보는 날이면 그날 하루가 편해지고 웃음이 납니다.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계속 얼굴 보고 연락하며 더욱 친해지고 싶습니다. 앞서 말한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중학교 3학년 때 했던 저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사범대학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 89년생 >
#1. 직장에서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습니다.
#2. 돌아가기 싫습니다. 결혼해도 재정적 여유가 없다면, 더 힘들고 불행한 삶을 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3. 제가 얻은 건, 현재의 안정적인 삶과 미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인 것 같습니다.
< 70년생 >
#1. 저는 직장 생활을 30년간 해온 평범한 사람입니다. 포기는 아니구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가정 형편상 갑작스럽게 돈을 벌어야 했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네요.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을 30년이나 하고 있으니 즐거운 직장 생활은 아니겠죠.
#2. 다시 30년 전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기술을 배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네요. 지금도 엔지니어지만, 카오디오튜닝 쪽 일을 배우고 싶었어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시간을 갖고 차분히 기술을 배워 카오디오 샵을 운영해 보고 싶네요.
#3. 급하게 들어간 직장이긴 하지만, 한 직종에서 장시간 일한 덕에 기술 습득도 많이 했습니다. 지겹긴 하지만 천직이다 생각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근무 중입니다.
< 59년생 >
#1.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가정 형편을 생각하여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하였습니다.
#2.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 이후 현재까지 성실하고 진지하게 살아왔으며, 지난 세월에 대해 충분히 만족합니다.
#3.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새로운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멋진 경험을 하여 지금의 나를 만든 토대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지금'의 나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입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는 살아가면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방금 전에 제가 한 말,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누군가 포기한 것들에 대해 크고 작음을 나누다니요... 저도 모르게 제가 겪어보지 못한 연령대에서 발생한 포기는 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제가 포기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어요. 우습게도 처음에는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마냥 대단한 것을 포기해야 진정으로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포기'라는 거창한 단어 대신,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았어요.
(지금부터는 저의 이야기를 적어보려 해요. 여러분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일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해요.)
저는 열 살 아래 동생이 있어요. 동생은 제가 초등학생일 때 태어났고, 당시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 중이셔서 많이 바쁘셨어요. 저는 동생이 너무 귀엽기도 했지만, 제가 동생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학교와 학원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동생과 함께 보냈어요.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고, 친구랑 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시간이 많았어요. 이걸 포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동생이랑 함께한 시간이 굉장히 행복했거든요. 그래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또 이야기해 보자면, 저는 지금의 학과에 진학하기 전에 배우고 싶은 분야가 따로 있었어요. 그렇지만 수능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었고, 방황하다가 결국 그 분야를 제외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지금이 만들어졌어요. 이건 포기가 맞는 것 같아요.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의 기억을 꺼내어 적어 보니 당시에 느꼈던 아쉬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포기'라는 것은 그런 걸까요? 무엇을 포기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아쉬움과 슬픔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얼마나 크게, 그리고 오래 지속되는지가 중요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포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듣고 싶어지네요.
우리는 각자 다양한 이유로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사정이나 환경에 의해서, 혹은 다른 무엇이나 누군가를 위해서 같은 이유들이요. 그런 포기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마음속에 후회나 미련, 슬픔 같은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남을 텐데(반드시는 아니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어느 노랫말처럼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기억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거름으로 쓸 수도 없을 텐데 말이죠. 사실 이 글의 마무리를 짓는 데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떤 말을 적어야 여러분께 지혜로운 답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해도 그 답을 모르겠었거든요. 그러다 문득 저조차도 제 안의 남은 것들을 해결하지 못했으면서 뭔가 아는 듯이 말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꼭 해결해야 하나?'라는 물음이 떠올랐어요. 그러한 기억들과 그들에 의해 남은 마음도 '지금의 나'의 일부인데 말이죠. 조심스럽게 제가 내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들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금의 나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자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왜, 유명한 책에도 나와 있잖아요. “The Present Is The Present Moment!” 현재가 영어로 present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이제 정말 글이 끝나가고 있네요. 위에 제가 한 말들이 결코 답은 아니지만, 저는 단지 여러분이 포기로 인한 어느 감정들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든 여러분이 더 나은 현재를, 그리고 그보다 더 행복한 미래를 그려나가시길 바라며 이번 기사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