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호 너 혹시... T야?
정기자 이다현 202110233@sangmyung.kr
유행-MBTI=0 ?
“너 혹시 T야?”,혹시 당신도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유행어는 유튜브 채널 <밈고리즘>의 폭스클럽 시리즈 속에서 시작되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헌팅 계획을 세우는 김지유와 한지원에서 허미진은 공감보다는 차가운 현실을 직시시킨다. 그때 그녀들은 말한다. “언니 T야?”
MBTI,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삶에 끼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MBTI 없이하는 대화는 상상도 되지 않을 만큼 일상에 스며들었다. 나는 첫 만남에서 할 말이 없을 때 말한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그럼, 상대는 말한다. “뭘 것 같아요?” 그러면 나는 또 열심히 고민한다. 음, 저 사람은 말수가 없어 보이니까 일단 I, 아까 밸런스 게임을 했으니까 N.. “INTJ?”하고 MBTI 유형 중 하나를 말한다. 지금 이 글은 읽는 당신도 이 문답을 적어도 한 번 이상 경험해 봤을 거라고 확신한다. 또 ‘나는 휴일에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나는 휴일이면 무조건 집에 있어야 한다! ’같은 뻔한 질문으로 이루어진 인터넷 테스트 같은 것도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한 가지 테스트가 유행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 테스트의 결과가 주르륵 올라와 있고, 곧 다른 테스트가 또 유행한다.
Table 1 테스트릿 크리스마스 카드 성격 테스트
MBTI가 뭐길래, 우리는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걸까?
MBTI가, 성격검사가 뭐길래
개인적으로 MBTI... 사용하긴 하지만,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MBTI에 대한 몰입들이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선호하지 않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멸칭 때문이었다. MBTI 유형 중 하나인 INFP를 ‘씹프피’라는 멸칭으로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고작 MBTI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 아닌가. 주변에 INFP들이 꽤 있지만, 그렇게 욕을 들을 만하게 살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사람들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계기가 있지만, MBTI가 싫다는 말을 하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기에 말을 줄이겠다.
하지만 유행한다는 것은 그만한 장점이 있다는 것. 지금부터 장점부터 단점까지, MBTI에 대해 상명대학교 학우들과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Q. MBTI가 있어서 좋은 점이 있나요?
슴우1 -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쉬워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같아요.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소개하기 편한 것 같아요. MBTI를 통해서 내가 어떤 삶인지를 짧은 시간에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상대가 자신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MBTI를 알면 대략적인 성격도 이해할 수 있고, 행동 방향을 예측할 수 있으니까요.
슴우2 – 심리검사의 대중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원래 심리검사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덕분에 심리검사에 대한 대중성이 높아진 것 같고, 더 나아가 상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MBTI가 있어 싫은 점이나 불편한 점이 있나요?
슴우1 - MBTI는 사람을 단순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성격을 유형화하다 보니 T 아니면 F처럼 이분법처럼 표현해서 변수를 지워버리는 느낌이 들어요. 검사의 신뢰도가 그렇게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MBTI 하나로만 표현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 것 같아요.
유형마다 차이가 있고, 그 유형 속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T, F 성향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고, 때에 따라 강해지는 유형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저조차도 MBTI에 갇혀 더 깊게, 넓게 살펴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요.
Q. MBTI, 어떻게 써야 할까요?
슴우2 - 첫걸음처럼 여기면 좋을 것 같아요. 친하지 않은 사람과 첫 만남, 나에 대한 이해를 시작할 때처럼요. 그리고 검사를 시작할 때 MBTI는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으며,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MBTI를 통해 상대방에 대해 알게 된 사실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보다는 대화를 통해 직접 알아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학우들은 MBTI를 즐기면서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고, 앞으로 MBT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학우들은 이미 MBTI를 충분히 즐기고 있었고, 이러한 학우들을 보며 MBTI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다. 주의한다면 활용도가 어마어마하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성격 검사 같은 것에 열광해 왔다. 예를 들자면, 혈액형. 세심한 A형, 자유로운 B형 사교적인 O형, 독창적인 AB형. 이런 것들 말이다.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알록달록한 책을 펼치고 너는 어떻고, 나는 어떻고 살피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얼마 전에도 친구가 헌책방을 다녀왔다가 B형 성격 특성이 적힌 책을 선물해 주었다. 추억에 잠겨 책을 펼쳤다. 그리고 ‘아니 이거… 잘 맞는데? 완전 난데?’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무리 몰입하지 않으려고 하고, 적힌 내용이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해 봐도…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을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까?
우리는 평생을 고민하며 산다. 나는 어느 학교로 진학할까, 나는 어느 학과를 갈까, 나는 어느 직업을 가질까.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규격화된 일상에 머무르며 나를 찾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 사이에서 혈액형, MBTI 같은 것은 나를 찾기 위한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특히 MBTI는 일반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비교적 나의 성격에 가까운 결과가 나온다.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나’는 누구인지를 찾아 나갈 단서를 얻게 된다.
우리 삶에서 MBTI는 사라질 수 없다. MBTI가 사라진다고 하면 다른 검사나 유형이 등장할 것이다. 우리는 늘 내가 누구인지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MBTI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찾기 위한 단서라고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이 검사 접근성이 좋은 사회가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MBTI에 대한 검사를 유지하되, 검사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도록 하는 보조 기구를 준비해 둔다면, 우리에게 더욱 유용하게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자료]
테스트잇 . 크리스마스 카드 성격 테스트 . https://test-it.co.kr/test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