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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2020호외-7 호 ‘확진자 응시 불가’, 부딪히는 교육부와 수험생

  • 작성일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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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319
방효주

- 확진자 응시 불가했던 임용고시, 논란 지속

  국내 코로나 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19 확진자들이 중등 교원 임용고시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11월 6일에 올라온 서울시 교육청의 안내문 (출처: 서울시 교육청)


  지난 11월 18일, 내년도 중등교사 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 1차 시험을 이틀 앞두고 서울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 준비 학원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는 집단감염으로 번지면서 시험 당일 아침까지 6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로 인해 이달 21일 치러진 임용고시에서는 자가격리 수험생 142명을 포함해 진단 검사 대상자 537명이 별도의 시험장에서 시험을 봐야 했다. 그러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응시생들은 별도의 시험장은커녕 시험에 응시할 수조차 없었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고, 그 가운데 확진자임에도 시험을 친 수험생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대구 지역 응시자였던 한 수험생은 시험 전날인 20일에 진단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후 해당 수험생은 시험이 끝난 뒤에야 확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응시 시점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응시 제한 대상인 ‘확진자’가 아니라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이는 앞서 교육부가 노량진 학원 집단감염에도 임용고시를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검사 결과가 시험 전에 모두 통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위의 수험생이 밀접접촉자가 아니었기에 벌어진 일이라 설명했으나, 기회를 박탈당한 수험생들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민사 소송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고려하는 대책 모임을 결성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확진자 대책 모임, “확진자 응시 불가 부당하다.”

  확진자 대책 모임을 결성한 수험생들은 현재 자가격리 생활을 이어가며 온라인을 통해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수능 시험과 비교해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 시험 응시 후 확진된 1명 수험생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재시험 혹은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대학원을 마치고 올해 두 번째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한 수험생은 “응시 인원이 훨씬 많은 수능은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적극 대비했다”며 “임용시험은 응시 인원이 훨씬 적어 대비가 더 쉬웠을 텐데도 시험을 일방적으로 못 보게 하는 게 타당하냐.”라고 교육부의 불평등한 대처에 대해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확진 판정자의 국가시험 응시가 불가능해지면서 시험장 방역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진자의 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오히려 감염 사실을 숨기게 돼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며 시험 응시 대책을 세우라고 조언하고 있다.


- 교육부, “확진자 응시 불가능, 사전에 안내했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서 기존 응시생과의 공정성 논란으로 인해 재시험 기회 보장은 불가하다며 선을 그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능은 하루 동안 가장 최대 규모의 시험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사전에 관리 체계를 마련한 것”이라며 “수능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시험에서 확진자의 응시가 불가능하다고 사전에 안내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교한 지적에 대해서는 “수능은 확진 학생들이 병원 시험실에서 볼 수 있는 데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와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가능한 것”이라며 “지자체 등과도 협의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고시를 수능과 비슷하게 준비하기에 시간적, 재정적, 인적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있을 시험에 대해서는 “국가 주관 시험의 응시 기준이 통일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내부적으로도 공감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다만 응시범위를 확진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행·재정적 검토까지 추가로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 임용시험 이전부터 나왔던 지적, 교육부의 대응이 아쉬운 이유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정부는 1년에 단 한 번 보는 시험에 모든 걸 걸었을 수험생을 외면해선 안 된다”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감염 사실을 숨기게 하는 요인이 있어 방역의 구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무색하게도 실제로 임용고시 시험을 본 1명이 시험 후 확진 판정을 받아 비판의 목소리 높아지고 있다. 박 의원 이외에도 코로나 19가 올해 초 시작되면서 수험생 관련 메뉴얼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으나, 국민의 주목이 쏠려있는 수능 응시자만 신경을 썼을 뿐 다른 국가시험 수험생들을 위해서는 어떠한 대책 마련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교육부의 대응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실제로 수능에서 무증상자, 유증상자, 자가격리자, 확진자로 나누어 별도의 시험장 및 병원을 배정하고 수험생 응급상황 발생 시 응급처치나 대처가 가능한 의료 인력과 시험장 운영인력이 상시 배치되는 등 대처방안이 마련되어 있으나 이와 비교해 확진자 응시 불가를 공지한 다른 국가시험들은 코로나 19 대처에 미흡한 면모를 보였다. 

▲ 임용고시 및 국가시험과 관련한 청원내용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11월 23일 수험생의 가족이 게시한 ‘임용고시 및 국가시험 관련 코로나 확진자 응시 불가 조항을 재검토해주세요’라는 청원은 12월 1일 기준 4,450명이 동의했다. 작성자는 "시험 직전 각종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열이 안 나게 하는 법 등을 공유해주는 등 상당히 큰 불안감이 조성됐다"라면서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옳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법조계도 "시험을 보지 못한 학생들에 구제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지를 표했다. 양태정 변호사(법률사무소 굿로이어스)는 "정부로서는 확진자를 시험장에 입장시키지 않는 원칙을 지키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해열제를 먹고 시험장에 오거나 문진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확진자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수능시험만큼이나 임용고시를 비롯한 다른 국가시험들도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달린 중요한 과제이니만큼 수험생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시험을 볼 방법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를 관련 지침을 형평성을 갖춰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 수험생들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방효주 기자,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