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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30 호 의과 대학 정원 변경, 논란 정리

  • 작성일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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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62
곽민진

  코로나19, 전 세계 홍역 확산, 우울증 환자 100만명 시대, 그 외의 질병 및 사고. 의사는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의사 파업으로 전국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이러한 집단 진료 거부의 이유는 무엇일까?


  의과 대학은 과거부터 출세와 부의 상징이 되며 학생들의 최상위 목표이자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한때 유행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극 중 주연인 ‘예서(김혜윤)’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의대 진학 및 대학 입시를 둘러싼 냉혹한 현실을 다루기도 했다. 특히 예서와 그녀의 어머니는 고집스럽고 애절하게 그녀가 서울 의대에 반드시 가야 한다며 매달리는 장면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과 계열 최상위등급 학생들의 선호도가 이제는 서울대가 아닌 지방 의대로 바뀌고 있다는 여론조사나 기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의과 대학 진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열망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공부하는 입시반 학생들 (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52191747)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2024년 2월 6일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계획을 발표했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의대 정원은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감축된 뒤 줄곧 묶여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입시에 반영할 의대 정원을 확정함에 따라 교육부는 4월까지 의대별로 정원 배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3년부터 2035년까지 5년간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늘어나는 정원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해 이들 대학에 입학할 경우 지역인재 전형으로 60% 이상 충원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증원 계획안이 나오기까지, 의대 정원 규모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는 1년 넘게 큰 화젯거리였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의료난민’ 등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보여주는 사례들과 의사 구인난을 외치는 목소리, 관련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자, 보건복지부는 2023년 1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료계 현안 논의를 시작했다. 지역·필수 의료 위기를 해소할 정책에 관한 의료계 의견을 모으겠다는 취지였다.




▲의사 구인난 관련 뉴스 (출처: KBS 뉴스)



정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계획 발표


▲각국 의대 졸업생 수 조사결과 (출처: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1016/121678846/1)



  이런 상황 속에서  2025학년도부터 5년간 1만 명을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9년 만에 의대 정원 규모가 변경된 것이기에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의과대학 운영 40개 대학이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교육부에 제출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신청은 총 3401명이다. 서울 소재 대학 8교 365명, 경기/인천 소재 대학 5교 565명, 그 외 비수도권 대학 27교 2,471명을 증원 신청했다. 



정부의 입장 및 대응


  정부 발표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1년간 학업 중단을 결의한 바를 SNS 계정을 통해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 회원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의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응답자 4,010명 중 3,277명(82%)은 반대했다.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의 절반은 “이미 의사가 충분하다”라는 입장이다. 나머지 의사 733명(18%)은 의대 증원을 찬성했다. ‘감염, 외상, 분만 등 필수 의료 분야 공백 해소를 위해’라는 입장이 절반이었다. 의사 스스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진료과목은 흉부외과(32%), 소아청소년과(21%), 외과(12%), 산부인과(6%) 등이었다. 


 정부는 이런 의사들의 지적을 반영해 고위험, 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 강화와 의료인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담긴 필수 의료 강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총파업을 예고한 의료계를 향해서는 “국민 80% 이상이 찬성하는 의대 증원 문제를 단순히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협상으로 정할 수 없다.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할 경우, 의료법 등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비상 진료체계 점검 결과, 의료현장에서 일부 불편은 있지만 중증/응급 진료체계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월 4일 기준 응급실,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집단행동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치료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같은 날 기준으로 보건복지부가 현장 및 서면 점검을 통해 레지던트 1~4년 차(9,970명)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 이탈이 8,983명(90.1%)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현장점검 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여 미복귀한 것으로 확인된 근무 이탈자에 대해 금일부터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한편 시민단체와 지역사회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특히 시민단체는 의사단체가 불법적으로 진료를 거부할 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방침이다. 대한간호협회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했다. 이들은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은 어떤 순간에도 국민들을 지키는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 등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은 우리나라 의대 졸업자 수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인 의사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히려 2023년 의사 수가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려면 최소 3,000명에서 최대 6,000명을 즉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외적 여론은?


  일부 여론에서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본인들의 기득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파업 초기 대학전공의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모 대학병원의 전공의 대표의 글에서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사의 희소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발언이 인터넷상에서 퍼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한 달여간의 전국적인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인해 2명의 사망환자, 2명이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고 보고되었다. 한 예시로 30대 심정지 환자가 의정부시 내에서 병원들이 응급진료를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한 여론으로 ‘이기적이다’,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은 것 같다’는 의견과 ‘시체 팔이 감성 선동이다’, ‘정부의 대응이 섣부른 것 아닌가’는 의견이 이어졌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의 윤리 등에 대한 선서문으로 희생, 봉사, 장인 정신이 담겨 있다.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중략)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 (중략)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학 윤리의 기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본인들의 이익이 되었건 더 나은 진료를 위한 일이건 모두 환자를 위한 결과로 나왔으면 한다. 



곽민진, 김다엘 부장 기자